대학입학시험 일명 <수능>이 이제 두 달여 앞으로 다가왔다.

전국의 고3 55만 여명과 재수생을 합해 65만 여명이 결전의 날을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11월17일 단 하루 동안 치러지는 시험점수로 대학입학의 당락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이 날의 시험은 어떠한 예외나 변수도 허용되지 않는다. 개개인의 당일 컨디션이나 건강의 이상 유.무 특정의 사안에 대하여 전혀 관용을 베풀지 않는다. 언뜻 보기에는 굉장히 평등한 시험의 룰(rule)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속을 제대로 들여다보면 <수능>처럼 비합리적이고 불합리한 <공정경쟁>도 없을 것이다.

공자(孔子)는 일찍이 군자삼락(君子三樂)에서 제 일락(一樂)을 <배우고 때때로 익히면 즐겁지 아니한가? >제시하며 학습의 즐거움을 역설하였다. 배우고 익히는 것은 자기개발이고 자기만족이 충족되어야 보람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요즈음 우리나라 공교육(公敎育)의 현실은 실로 개탄스러울 따름이다. 학생들 개개인의 창조적인능력(creative ability)이 발현(發現)되기 매우 어려운 구조로 얽혀있다. 끊임없이 요구되는 암기위주의 주입식교육, 사교육(私交育)의 창궐(猖獗)로 인한 학교수업의 비정상화, 학생인권만을 강조하여 야기된 교권(敎勸)의 붕괴 등 이루 헤아릴 수조차도 없다.

대학의 서열화는 일찌감치 우후죽순처럼 사교육의 범람을 가져왔다. 고액의 족집게 과외, 기숙형 재수학원, 인터넷 강의 등 기형적인 형태의 사교육들이 만연하고 있다.

<개천에서 용 난다>는 말은 이미 자취를 감춘지가 오래다.

부모의 경제력이 뒷받침되어야 고액과외나 학원을 다닐 수 있게 되었고, 엄마의 치마 바람과 정보력이 있어야 더 좋은 대학진학을 꿈꿀 수 있는 처지가 되었다.

이제 학교에서 수업시간에 잠을 자는 학생들을 야단치고 지적하는 용기 있는(?) 선생님을 찾아보기 힘들게 되었다.

이 모든 원인의 밑바탕에는 공교육의 붕괴가 큰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대학진학률은 현재 80%가까이 육박하고 있다. 독일의 39%, 영국의 30%, 미국의 40% 등 초일류선진국에 비해 지나치게 대학진학률이 높다. 위의 선진국들의 대학진학률이 50%를 밑도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사회에서 공정한 게임의 룰이 적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굳이 대학을 가지 않더라도 얼마든지 본인의 소질과 적성대로 교육을 받고 사회에 진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대학졸업자들과 비교하여 급여수준이나 사회적인 차별도 크게 차이가 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공교육을 정상화 시킬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일까? 단기간에는 매우 어렵겠지만 지금부터라도 시간을 두고 차근차근 개선해 나갔으면 하는 바램을 적어본다.

첫째, 학교에서 선생님들의 교권이 명정하게 회복되어야 한다.

둘째, 사교육시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무리한 선행학습이 근절되어야 한다.

셋째, 학생들의 평가방식이 혁신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넷째, 대학수능시험은 대학들의 선발전형에 참고자료로만 활용되어야 하고, 학교 내에서 다양하게 활동하고 참여한 근거를 바탕으로 맞춤형 진로진학표로 대체되어야 한다.

다섯째, 특목고나 외국어고는 기존의 진학취지에 맞게 진학의 방향을 법으로 규정해야 한다.

여섯째, 대학을 수익사업으로 생각하고 우후죽순처럼 난립해 있는, 학생들 머리수 채우기에 급급한 대학들은 과감하게 정리해야 한다.

일곱째, 기존에 난립해 있는 전문대를 통.폐합해서 기업에서 즉시 전력감(task-force)으로 쓸 수 있는 전문기술 요원을 양성할 수 있는 기술전문학교를 도입해야 한다.

요즘 그나마 다행인 것은 상당수의 대학들이 수능점수만을 보는 정시선발비중보다는 각종 학교활동과 독서, 동아리활동, 봉사 같은 요소들과 내신점수를 합산해서 선발하는 수시비중을 70% 가까이 확대하고 있는 것은 긍정적인 변화라고 할 수 있다.

교육은 백년대계(百年大計)라고 한다. 우리나라의 모든 명운이 교육에 달려 있음을 부정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세계의 유수한 각종 수학. 물리경시대회에서 지금도 우리나라의 학생들이 항상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과학계에서 노벨상을 한 번도 받지 못하고 있는 것 또한 엄연한 현실이다. 이러한 이유를 차치하고서라도 창조적이고 자기주도적인 교육은 초등학교 때부터 도입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공교육이 혁명적(革命的)수준으로 바뀌어야 하는 당위성(當爲性)이 여기에 있다

이민근  gjilbo200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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