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민족에게 일본은 늘 <애증>의 감정이 교차하는 개운치 않은 나라이다. 2015년 12월 28일, 박근혜정부가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일본과 오랜 협상 끝에 타결함으로써 이 문제의 최종종결을 약속하였다. 물론 여러 측면에서 아쉬운 점이 내재되어 있지만, 아베신조 일본 총리는 <고노담화>와 동일한 내용으로 서면을 통해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사죄와 반성을 표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지난 18일 일본은 그들의 뻔뻔스러운 이중 민낯을 그대로 드러내고 말았다. 일본의 학생들이 배우는 검인정 교과서에 한국영토인 독도를 일본 땅이라고 기술한 것은 물론, ‘위안부 강제 연행 증거는 없다’ 는 아베내각의 역사인식을 그대로 반영했기 때문이다.

이는 1993년 8월 <고노 요헤이> 당시 관방장관이 밝힌 내용 즉, 위안소는 당시 군(軍) 당국의 요청에 의해 설치된 것이며, 위안소의 설치, 관리 및 위안부 이송에 관해서 구 일본군이 깊이 관여했다는 <고노담화>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내용이어서 더욱 충격적이다.

정통성이 있는 정부에서 과거 국제사회에 공표(公表)한 담화내용을 송두리째 부정하는 작태는 실망을 넘어, ‘이 나라가 과연 국제사회에 책임 있는 일원인가? 라는 의구심마저 들게 한다.

검정을 통과한 고교 저학년 역사 및 사회과 교과서 35종 중 27종(77.1%)에서, ‘다케시마(독도)는 일본 고유의 영토로 한국이 불법 점거하고 있다’ 고 기술하고 있다.

더욱 가증스러운 것은 이러한 일련의 검정과정에서 일본정부의 입김이 상당히 작용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일본의 문부과학성은 ‘독도 불법 점거’를 넣지 않은 교과서에는 수정을 지시하고 평화적 해결을 향한 일본정부의 의지에 대해 밝히도록 압력을 행사한 것이다.

우리 정부는 일본의 이러한 행태에 대해 스즈키 히데오 주한 일본대사를 초치해 독도왜곡 시정을 요구하는 한편, 고노담화와 지난해 12월 한일 합의에 맞게 군대위안부 문제의 왜곡을 시정하라고 강력히 항의하였다.

일본의 이러한 이중적인 작태는 결국, 국제사회에서 경제적인 영향력에 편승(便乘)하여 리더(leader)가 되겠다는 야욕에 치명상을 입게 될 것이다. 독일의 경우 나치정권에 참여한 전범에 대해서는 지금도 끝까지 추적하여 단죄(斷罪)하고 있고, 당시 피해를 당한 이웃국가에 대해서는 무한사죄와 반성을 거듭하고 있다. 이러한 책임 있는 모습이야 말로 오늘날 독일을 국제사회의 리더국가로 인정하게 하는 결정적인 요인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 광주시에는(퇴촌면 원당리) 일제 만행 당시 위안부로 끌려갔다 모진 고통을 당하셨던 10분의 할머니들이 <나눔의 집>에서 생활하고 계신다. 이 할머니들의 한(恨)을 우리가 짐작조차 할 수 없겠으나, 아직도 아물지 않은 상처를 보듬는 일 또한 우리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역사(歷史)를 정확히 직시(直視)하는 일, 부정하고 공명정대(公明正大)하지 않은 것에 굴복(屈伏)하지 않는 자세가 더욱 요구되는 시점이다. 우리의 후손들에게 당당한 민족혼(民族魂)을 계승하고 가르치는 몫은 여전히 우리에게 남겨진 숙제이다.

이민근  gjilbo200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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